삶 # 23 : 다음에 또

삶의 흔적 2014. 6. 3. 07:02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를 보면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다음에 또'는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세상 모든 것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파이와 리차드 파커가 고생 끝에 무인도에 도착했을 때, 리차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에서 "아~ 이별이라는 게 생각지도 않은 지점에서, 생각지도 않게 다가올 수도 있겠구나"싶었다. 이러다보니 대학 시절, 내가 쓰던 붓글씨체를 알려 달라던 형이 생각났다. 난 '다음에요'라며 며번을 미뤘었는데, 그 형은 기다리지 못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그렇다. 지금이 중요하다. 일분 일초 후를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카페 안에 앉아 있다면, 3분 후 카페 문밖을 나섰을 때 어떤 일을 당할 지 아무도 모른다. 세상 모든 것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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