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21 : 집밥의 위엄

삶의 흔적 2014. 5. 27. 13:47

 어젠 외근의 동선 상에 집이 (있다기보단 동선에 집을 얹어놓을 수) 있어서 점심을 집에서 먹었다. 사실 작년까진 그러지 않았는데, 올해부턴 회사 사정 상 식대가 지원되지 않아 집에서 먹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집에서 먹으면 좋은 점은 양질의 식사를 (지갑에서 나가는) 비용이 없이 먹을 수 있기도 하고, 우선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내방에 있는 침대에서 잠시나마 눈도 붙일 수 있어서 좋다. 뭐 밖에서 해결하면 차 시트를 최대한 뒤로 제낀 후에 에어컨을 틀고 자도 되긴 하지만, 안락함으로 따지자만 어디 내 침대만 하겠나?

 그렇게 외근을 하고 다섯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귀사를 했는데, 뱃속에서 천둥칠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혀 시장기가 돌지 않는 것이다. 평소와 다른 것이라면 점심을 집에서 해결한 것 뿐이고, 그렇다고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많은 양을 먹은 것도 아니었다. 손바닥을 최대한 벌린 크기의 돈가스 한 장과 대충 담은 공기밥 한그릇에 된장찌개가 전부였다. 디저트로 과일을 먹은 것도 아닌데 왜.

 그래서 내린 결론. 이런 것이 집밥의 위엄이 아닐까? 결론이라고 쓰고, 물음표를 붙이니 이상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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