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17 : 강박

삶의 흔적 2014. 5. 19. 15:22

 블로그를 시작한 건 2008년초 경의 일이다. 그전에는 싸이월드에서 제공하는 미니홈피를 이용했고, 블로그를 거쳐 지금은 미투데이를 하고 있다. 미투데이와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는 몇가지 있지만, 트위터는 너무 정치적인 글들이 많(다고 하)고, 페이스북은 온가족이나 상사들도 내 글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배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블로그와 마이크로 블로그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는데, 블로그는 나름 논리를 가지고 내 견해를 상세하게 풀어쓸 수 있는 반면, 마이크로 블로그는 짧게 압축해서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물론 마이크로 블로그는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게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난 2009년 8월말쯤 미투데이를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은 2012년 2월초부터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만 2년 이상 마이크로 블로그를 쓰다보니 정작 블로그에 글을 길게 쓰는 것이 어려워졌다. 솔직하게 말하면 귀찮기도 하다. 그래서 사실 블로그를 등한시했던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블로그를 꼭 길게만 써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랬다. 블로그에 글을 길게 써야만 한다는 것은 일종의 강박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최근에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그냥 한줄짜리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블로그가 나름 재미있어졌다.

 그리고 길게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다보니 영화 리뷰를 쓰는데도 제약이 생겼었다. 사실 영화에 대한 느낌이 주저리주저리 길게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간단하게 요약되는 영화가 있기도 하고, 여러 가지 쓸 말이 많은 영화도 있을진대 그걸 무조건 길게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니. 막상 깨닫고 나니 우스워졌다. 2월 초에 마지막으로 쓴 이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던 영화 리뷰. 이 글을 쓴 이후로 보게 되는 영화는 블로그라는 특성(?)에 얽매이지 않고, 간결하게 써 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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